[소설]슬픔-마지막

 어딘가에 붕 떠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의식은 있었지만 주위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때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들렸기 보단 느껴 졌다.
 "너 참 불쌍하네 아직 파릇파릇해 보이는데 죽어버려서 안그래?"
 여자인지도 남자인지도 모를 그 목소리는 장난기가 있었지만 웬지 또 소름끼쳤다.
 "누구야? 내가 죽었다니?"
 "그래 죽었어, 불쌍하지 않아?"
 "……그걸 묻는 이유가 뭐지?"
 "난말야 조금 관대해서 문제라니까."
 이상한 말을 하는데다 조금 으스대는 듯한 목소리 떄문인지 '그'는 점점 짜증이 밀려왔다.
 "그러니까 네가 오케이만 한다면 내가 널 다시 살려주겠다는 거야."
 "말도 안돼는 소리……."
 "왜? 그리고 만약 내가 그러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답은 들을수 있는거 아냐?"
 "……."
 "그리고 운좋게 내가 진짜로 말한거면 다시 살수도 있잖아? 안그래? 자, 선택해"




 "아직이야?"
 또 다시 '그'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천천히 해 하지만 언제까지나 당신 에게만 있을수는 없어."
 '그'는 닥쳐라는 말은 삼키고 천천히 말했다.
 "되도록 빨리 할테니 조용히좀 해줘."
 "뭐가. 그렇게 어려워? 답은 하나잖아. 넌 정말 특이한 인간이야."
 '그'는 이토록 누군가를 패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아무튼 빨리 해줘."
 하지만 패고싶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몸이 없는 데다가 '그' 역시 분노를 표출할 몸이 없었다. 게다가 '목소리'의 말은 옳았다. '그'는 결정을 해야했다.
 


 "넌 왜 하필 나에게 이런걸 묻는거지? 나보다 더 억울하게 죽은 사람도 있을텐데."
 "히히히"
 "일부러지?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고서"
 "글쎄? 히히."
 "좋아 대답하겠어."
 "오오 드디어?"
 "나는……."
 

 '그'의 말을 그게 다였다. 그후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만약 그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면 입을 연채 진심어린 슬픔과 함께 분노를 엿볼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선택하지 못했다.

by 夢想soul | 2009/11/22 17:36 | 소설 | 트랙백 | 덧글(0)

[소설]슬픔-8

 어머니의 장례가시고 몇일뒤, 난 다시 학교에 다녔다. 주변에서는 위로해주고 같이 슬퍼해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몇일, 나는 곧 일상으로 돌아왔다. 친구들와 이야기와 술잔을 나누며 작은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일상으로…….

 

 그날도 '그'는 일상을 누리고 술에 취해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약하게 취한정도로 적당히 기분좋은 상태였다. 현관 앞에서 친구들에게서 온 문자메세지에 답을 해준뒤 거실로 들어섰다.
 그때였다. 옆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는 순간적으로 뭄을 움츠렸다. 하지만 싱겁게도 '그'의 옆에 서있는 것은 전신 거울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한동안 거울앞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그'의 눈에서 흐를리 없는 무색의 액체가 흘러내렸다. 눈물이었다. '그'는 뺨을 훔치고 또 다시 한동안 그 눈물을 바라 보았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이 죽었어도 흐르지 않았던 슬픔……. 그것이었다.
 종종 남들과는 다른 심오한 생각을 하는 '그'는 다시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그곳에는 항상보던 얼굴에 뿔테 안경을 쓰고, 검정색 가디건에 속에는 회색 폴라, 청바지를 입은 남자 말고도 학창시절에 꾸었던 자신의 꿈을 나중에라도 이루려 했지만, 이제는 그런 꿈을 잊은채 점점 일상에 물들어가는 '슬픈' 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그제서야 알았다. 자신이 눈물을 흘리지 못했던 이유를…….
 

 다음날,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육교앞 거리에서 차에 치였다. '그'였다. 슬픔 자체인 '그'는 마치 짠듯한 시나리오 처럼 그렇게 의식을 잃어갔다.

by 夢想soul | 2009/11/22 12:04 | 소설 | 트랙백 | 덧글(0)

[소설]슬픔-7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같다. 친척들, 엄마의 친구들, 아빠의 친구들, 주변 이웃들, 내친구들까지 왔다 갔다. 하지만 그들이 슬퍼하며 울때, 난 울지 못했다.
 교통사고 가해자의 가족들도 왔다. 울면서 사과를 하는 그들을 보며 용서 하겠다는 생각도, 분노라는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아직 실감이 안나서 그럴꺼야."
 조문온 친구녀석이 말했다.
 "보통 사람들이 그렇다잖냐, 죽었을때는 아무 감정도 없었는데 나중에서야 사진보면서 울었다나."
 "그럼 보통 사람들이 아니잖아."
 "넌 보통 사람이잖아. 아마 나중에 울면서 나한테 술좀 같이 먹자고 전화 할꺼다."

 
 "쟤가 아들아니야? 어째 울지도 않네."
 여자 목소리였다. 안들리게 한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내 귀에는 들리고 만다.
 "아마 생전에 너무 효도를 해서 아닐까? 맨날 만나면 아들 이야기만 했었는데. 아마 미련이 없는거겠지."
 "에이. 그래도 친모가 죽었는데."
 "충분히 슬퍼 하고 있을꺼야 놔둬"
 그떄 난 그말을 믿어 버렸다. 내가 울지 않는건 아직 실감이 안나서라고, 정말로 이젠 엄마를 떠나보내도 미련이 없을 만큼 사랑해서라고.

 장례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껴졌다. 어머니를 땅에 묻으면서도 난 아직도 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by 夢想soul | 2009/11/22 11:26 | 소설 | 트랙백 | 덧글(0)

[소설] 슬픔-6

 가을. 이제는 반팔을 입었다간 틀림없이 감기에 걸릴 만큼 추운 계절이 왔다. 하지만 난 여전히 즐거운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 날도 여느때와 다름 없는 밤이었다.
 난 술에 취해서 친구들이 원룸까지 업어다 주었고, 입은 옷을 그대로 입고 침대 위에 쓰러졌다.
 술기운 탓인지 계속 무언가에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끝내는
 '띠리링'
 하는 소리때문에 깨버렸다.
 속으로는 짜증나 했지만, 틀림없이 답장을 안주면 저번처럼 영문도 모르고 끌려다닐것 같아 결국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애인이 아닌 아버지의 문자 였다. 그리고 난 술에서 깻다. 아니 깰수밖에 없었달까.
 '모친 교통사고로 오늘 새벽 1시경 사망. 집으로'
 문자에 나타난건 아버지의 서투른 작문도, 문자 실력도 아니었다. 그 속에는 아버지의 감정이 표현되어 있었다.
 반 평생을 함께한 친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 부모 이상의 의미를 가진 사람이 죽었다. 평소에 울기 싫어하는 아버지다. 아마 전화로 알리지 않은것도 그 때문 일 것이다.
 


 음주 운전이 위험하다고 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과 담당 교수에게만 알리고 바로 친구 차를 빌려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수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슬펐다. 분명히 슬펐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정말 이게 슬픈건가?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아버지는 땅만 쳐다 보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지인들에게 조차도 울지 않으려 인사만 하실뿐이었다.
 난 그냥 영정 앞을 지킬뿐이었다. 아무 말없이 아무 감정없이…….

by 夢想soul | 2009/11/12 16:50 | 소설 | 트랙백 | 덧글(0)

[소설]슬픔-5

 "오자고 안했으면 큰일 날뻔 했네."
 주변에 남자 3-4명만이 남아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을때였다.
 "그래 고맙다."
 "짜식."
 그러면서도 맥주를 더 마시는걸 보아 아마도 내일도 해장하자면서 부를 것이다.
 "내가 너한테 제일 처음 말걸었잖아."
 혀가 꼬일대로 꼬인 그가 말했다.
 "내가 왜 그랬는줄 아냐? 니가 가장 착해 보여서야. 딱 보기에도 제일 조용하고 제일 소심할것 같더라고. 그래서 이 녀석하고 사귀면 나만 졸졸 따라 다니면서 놀아달라고 하겠구나 했거든. 근데 아니더라고. 딱 2일이었다. 니가 소심했던건. 이렇게 잘놀고 재밌고, 또 재밌어 하는게 진짜 좋은 녀석이야 너는. 니 덕분에 요 며칠간은 정말 행복했다."
 "나도 그래."
 술에취해서 뭔가 앞뒤가 안 맞는 소리 였지만 일단 답하기로 했다.
 그리곤 얼마 간의 고요함이 찾아 왔다.
 다시 술을 한 모금 마신뒤 그녀석이 말했다.
 "고맙다."
 그러더니 그녀석은 탁자위에 엎어져 버렸다.
 

 친구를 택시에 태우고 난후 난 내가 사는 원룸으로 발을 돌렸다.
 아무도 없는 가로등만이 빛나고 있는 길가에서 내 발자국 소리 만이 내 존재를 알려주고 있었다.
 '행복 하다.' 난 이것이 무슨뜻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매번 느낀다. 행복이라는 것을, 일상 속에서. 아니 그보다 더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런것이 언제 부터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행복은 내 주위에 있지만 난 항상 놓치고 만다. 그리고는 놓치고 난 후의 흔적, 작은 먼지같은, 그런 사소한 행복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삶을 사는 에너지가 되었다. 언제 부터였을까 그런것이…….
 고즈넉한 길탓에 감상이 무르 익었는지 모르지만 난 남들보다 이런생각을 많이 했다.
 '띠리링'
 고요함을 깨고 이런 소리가 들렸다. 물론 문자가 온 거겠지만
 '내일 해장 할 때 불러줘 지금 죽겟거든'
 난 '내가 내일 일어날 수 있으면'이라고 답장을 보낸후 슬며시 미소지어 보았다.
 물론 그것이 방금 온 문자가 오늘 전화번호를 딴 여자에게서 온 문자여서 만은 아니었다.

by 夢想soul | 2009/10/23 17:32 | 소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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